선생은 초계정씨 입향조 생원 제안의 현손이요 진사 유명의 아들로 서기1569년 2월6일에 강동 역골에서 출생하였다. 그의 자는 휘원이요, 호는 동계 또는 고고자라 하였고, 시는 문간이다. 특히 선생의 시호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6년 후인 서기1657년으로 시장을 기다림이 없이 왕이 친히 하사했다고 하는데 그 뜻을 풀이하면 문은 근학 호문이며 간은 정직과 무사를 뜻함이라 한다.
선생은 일찍이 아버지 진사공께 학문과 품행을 본받았고 8세 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말더듬이가 되어서 글을 외우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15세 때 갈천선생을 뵈었고 수학하였으며 장래가 촉망된다고 크게 격려를 받았고, 31세 때는 내암 정인홍의 문인이 되었으며 또한 한강 정구 오리 이원익선생에게서도 직간접적으로 가르침을 받았다.
선생이 38세 되던 서기1606년에 진사 급제하였고 42세 때인 서기1610년에 대과급제하였으니 그는 인품이 장중하고 학문과 의행을 겸비하였으며 의리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로서 충과 효에 지극한 사람으로 스물네 살 되던 해에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을 일으켜 부친을 따라 종군 하였다. 서기1614년에 영창대군의 처형이 인륜에 어긋남을 상소하고 가해자인 강화부사 정항을 참수하라고 주장하다가 하옥 되었다. 오리 이원익 등의 상소로 출옥되었으나 이로부터 10년간 제주도 대정에서 귀양살이를 하였다.
서기1623년3월 광해군의 폐위와 인조의 즉위로 그해 4월에 귀향길에서 풀려나 이후 간원에서 헌납과 사간 대사간을 일곱 번 헌부에서 대사헌 네 번 부제학 네 번 도승지 세 번 이조에서 참의와 참판을 세 번 예조 병조 형조참판 한성좌윤 경상감사 남원부사 등을 역임하였다.
서기1627년에 금나라가 정묘호란을 일으킴에 오직 충심으로 왕을 도왔고 서기1636년 12월에 병자호란이 일어나 왕이 남한산성으로 피신하니 선생은 이조참판으로 왕을 호종하였다. 청병이 남한산성을 포위하였으므로 전세는 심히 불리하여 최명길 등이 강화를 상주하였다. 선생은 죽음을 한하여 이를 반대하였다. 이듬해 1월27일 왕이 삼전도에서 청태종에게 항복하자 선생은 분개하여 말하기를 임금의 욕됨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어찌 죽음을 아낄 수 있으랴 하고 통곡하면서 새벽에 일어나 그의 이불위에 똑 바로 누워 차고 있던 칼을 빼어 자기 배를 스스로 찔렀다. 시자와 조정신하들이 급히 모여 응급 구제 하였으나 출혈이 심하고 숨결이 약해짐에 왕이 이 소식을 듣고 슬퍼하며 어의를 치료케 하고 광주목사에게 정성껏 간호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선생은 4년간의 여생을 향지 덕유산속의 모리에서 보내다가 우국충정의 한을 안은 채 일흔세 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으니 서기1641년 6월21일이다.
사후에 숭정대부의정부좌찬성으로 추증되었고, 광주의 현절사 제주의 귤림서원 거창의 도산서원 함양의 남계서원에서 제향하며 말년에 선생이 은거했던 무리에는 모리 재와 유허비가 있고 묘소는 가북 용산리에 있으며 그 밑에 용천정사와 신도비가 있다.
저술로는 기황전설 곽의사전 난후효열사 역양부군행장 일두 정 선생과 갈천임선생의 신도비문등 다수와 동계선생문집이 있고, 그의 일괄 유품이 중요 민속자료 제218호로 지정되어 거창박물관에 전시되고 있으며, 선생의 시조비가 박물관 뜰에 세워져 있다.
병자호란 때 최명길 등의 화의파 주장을 끝내 반대하고 척화론을 주장 했던 당시 남긴 선생의 우국 시에서
세상사가 왜 그렇게도 험 한가 석 달을 두고 달무리 하네./
내 한 몸 아까울 것 없건만 궁중이 이렇게도 궁한데/
군왕을 섬길 길이 발 끊기고/ 조정에는 매국노만 우글거리니/
노신의 할 일은 무엇인가/ 허리에 서리 칼을 찰 따름인 져!/
라 하였고 망 북두가(望北斗歌)는
청구영언에 수록된 선생의 시조는
책 덮고 창을 여니 강호에 배 떠 있다.
왕래 두백구는 무음뜻 먹음인지
이후란 공명을 떨치고 너를 좆자 노리라
하였다.
선생 나이 서른 한 살 되던 해 6월에 합천의 내암 정인홍을 찾아가 사제의 인연을 맺고 왕래하였다. 그 뒤 정인홍이 득세하게 되고 광해군의 패륜적 행위가 있자 사제의 연을 끊고 상종을 아니 하였다. 그 후 인조반정으로 정인홍이 처형되어 그의 시체조차 돌볼 사람이 없게 되자 선생은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시체를 수습하여 옛 사제의 예를 다했으니 이는 사람으로서의 도리와 의리의 사표라 아니할 수 없다.
선생이 떠난 지 150여년 뒤 서기1779년에 정조는 남한산성에서 척화하던 윤집과 정온의 충절을 회상하여 칠언절구일수를 지어 그들의 가묘에 걸게 하였으니
원시에 이르기를
세월은 흘러도 산은 푸르고 높으며/
정의로운 기운은 온 천지에 가득하네./
북으로 가거나 남으로 오거나 의리는 매한가진데/
금석같이 정결하고 굳은 절개는 아직도 삭아 없어지질 않았다./
01. 리 동
마을 유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