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유년의 왜병재침
  서기1592년 4월에 왜군이 재침하니 왜장 소서행장은 통제사 원균의 수군을 대파하고 남원으로 모여 들었으며 또 일대는 평수가를 대장으로 하여 웅천으로 상륙하였으며 가등가명과 등당고호는 안골포로 상륙하여 사천으로 모인 뒤에 곤양 하동 구례 운봉으로 향하고 또 일대는 진주를 거쳐 안음(安陰)으로 들어 전주로 향하였다.

2. 황석산성 싸움
  황석산성(黃石山城)은 안음(安陰)에 있는 험준한 산성으로 경상 전라 양도를 통하는 길목이며 지리적 요새지이다.
  서기1596년 가을에 순찰사 이원익(李元翼)이 왜적을 막기 위하여 산성을 고르는데 현인 정유영(鄭惟英)이 황석산성이 적당하다고 고하니 이원익이 직접 와서 살펴보고 함양군수 조종도(趙宗道)와 안음 현감 곽준(郭䞭)에게 성의 수축을 명하였다. 조명을 받은 군수와 현감은 함양 군민과 안음 현민을 동원하여 성을 수축하고 장차 있을 격전에 방어 할 수 있게 하려 하였으나 사역이 제대로 되지 아니하였다.
  7월6일에 조종도가 노병으로 함양군수 직에서 물러나고 8월13일경에는 왜적이 거창 합천등지에 대대적으로 출몰하였으며 8월15일에는 안음과 함양에 침입하였다. 이때 성중에는 전 함양군수 조종도와 안음 현감 곽준(郭䞭) 김해부사 백사림(白士霖) 이주(李柱)와 의병 주민 등 합해서 수천 명이었고 왜군 측 장령은 흑전장정(구로다나가마사) 과도직무(나베지마 나오시계) 가등청청(가도오 기요마사)등과 정예병력 5,800이었다.
  성을 지키는 총책임은 안음현감인 곽준이 맡고 친히 남문을 지켰으며 동북자성은 김해 부사를 지내다가 도별장이 되어 새로 입성한 백사림에게 맡겼다. 도별장은 무인이라 성중은 자못 든든한 마음에서 이를 환영하고 기뻐했으나 이 비겁한 졸장의 줄행랑으로 성이 함락될 줄 누가 알았으랴.
  8월16일 밤 황석산성 밑에 진을 치고 집결하였던 수만의 왜적은 중추명월을 이용하여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성을 공격하니 포성은 천지를 진동하였고 전투는 시간이 갈수록 가열 되었다. 성내의 장정과 병사들도 잘 싸웠다. 부녀자들도 남장으로 무기의 공급과 병사들의 급식)은 물론 뒷바라지에 사력을 다했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조수처럼 밀려오는 적병에게 돌을 구르고 활을 쏘며 사생의 결전을 벌리니 적도 공격의 손을 놓치지 않고 더욱 맹렬하게 반격해 온다. 이 같이 치열한 공방전이 밤낮 이틀이 계속되니 성내의 방어력도 차츰 약해지는 듯하였다. 이때 태산같이 믿었던 도별장 백사림(白士霖)이 비겁하게도 자기 가족을
데리고 동북문을 열어버린 채 도망을 치니 적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열린 동북문으로 쳐들어와 일대일의 혈전을 벌렸다. 이를 알게 된 조종도는 즉각 남문으로 달려가 수성장 곽준에게 사실을 알리고 군기고로 가서 불을 질렀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싸우다가 부인과 자녀 3남매가 함께 순국하니 성내가 한결같이 나라 위해 싸우다 거룩한 죽음을 택하였다. 이날이 서기1597년 음8월18일이었으니 이 고장의 충의지사 유명개(劉明盖)도 용전분투 끝에 장렬히 전사하였고 형제 효자 정대익(鄭大益)과 정대유(鄭大有) 그리고 충노 오좌미(吾佐美)도 이때 충과 효를 다하고 세상을 떠났다.

3. 충의지사 유명개(劉名盖)
  서기1597년 정유재란 때 당시 안음현감으로 황석산성 수성장이었던 곽준과 더불어 황석산성으로 들어가 왜적과 용전분투하였으나 마침내 성이 함락되자 선영이 있는 쪽을 향하여 재배하고 장렬하게 전사한 이 고장의 충의지사이다. 또한 그와 함께 노복(奴僕) 두삼도 그의 곁을 떠나지 아니하고 뒤를 따랐으니 하나는 은작(銀勺)이요 하나는 물금(勿金)이다. 그는 여말충신 유환(劉懽)의 6대손이며 선교랑 의금부도사를 지낸 유우삼(劉友參)의 셋째 아들이다. 사후에 황암별사(黃巖別祠)에서 제향한다.

4. 효자 형제와 충노(忠奴)
  효자 정대익(鄭大益)과 정대유(鄭大有) 형제는 이 고장 출신으로 평소 효성이 지극하였다. 판관을 지낸 정회아(鄭櫰雅)의 현손이며 그들의 어머니 류씨 또한 효열부로 칭송이 자자하였고 충노 오좌미(吾佐美)는 그들의 가권이다.
  서기1597년 정유재란 때 읍후이자 성수장인 곽준(郭䞭)과 함께 황석산성으로 들어갔는데 마침내 성이 함락됨에 하인인 오좌미에게 어머니를 업게 하고 형제가 옹위하면서 성을 빠져나와 장수사(長水寺) 골짜기에 이르러서 바위틈에 몸을 숨겼으나 왜적들에게 발각되었다. 적들이 먼저 어머니 류씨를 해치려 하기에 형제가 엎드려 어머니를 감싸다가 단칼에 맞아죽고 다시 하인 오좌미가 그 위에 엎드려 죽으니 어머니만 살아남아 천수를 다하게 되었다. 이날이 그해 추석을 며칠 지난 8월18일이었다.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자 세상 사람들이 그들을 추앙하였고 조정에서는 그들의 순절을 기려 효자형제와 충노 좌미의 정려를 장기리에 세웠다. 또 이듬해인 서기1598년에 공들의 누이 정선인 전형(旌善人全珩)의 아내는 그의 딸과 함께 피난하다가 정절을 지켜 순사하였다.
  한집안에서 효로 순절한 형제와 열부모녀에 충성을 다한 종(婃)이 났으니 삼강을 실천한 귀감이다. 문간공 동계(桐溪) 선생이 삼강전(三綱傳)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