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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설화
3. 베루바위
강남불에서 서북쪽 약 1㎞ 지점의 뒷산 덕거 마을로 흐르는 계곡의 북편에 비스듬히 놓여 있는 바위가 하나 있는데, 이 바위를 ‘피 발린 바위’ 또는 ‘베루바위’라 한다.
고려 우왕 때 강천리 역동에 반전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반전은 중앙에서 산원으로 있다가 노부를 봉양하기 위하여 고향인 위천으로 돌아와 있었다.
고려 우왕 14년(1388) 왜구가 남쪽 해안지방을 침입하여 그 노략질이 심하였으며, 이곳 거창까지 왜구들의 약탈행위가 미치게 되었다. 이보다 앞선 8년 전인 우왕6년에도 왜구가 이곳에 침략해 들어 와서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물러 간 적이 있었는데, 왜구들의 재차 침입은 과거 왜구들의 조포한 횡학을 겪은 이곳 주민들로 하여금 서둘러 깊은 산속으로 피난을 하게 만들었다.
반전은 늙고 병든 아버지가 있었기에 피난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다른 사람들보다 피난하는 것이 늦었는데, 왜구들의 포악성을 전해들은 뒤에 비로소 병든 아버지를 업고 피난을 하게 되었다.
반전은 아버지를 업고 지재미 골짜기로 숨어들었는데, 깊은 골짜기에서 가파른 바위 벼랑과 맞부딪히게 되었다. 온 길을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라 반전은 아버지를 등에 업고 그 가파른 바위 벼랑을 무릎으로 기어서 올라갔는데 등에 업힌 병든 노부에게 신경만 쓴 반전은 자기의 무릎이 벗겨져서 피가 흘렀어도 아픈 줄을 몰랐다고 한다. 이때 반전의 무릎에서 흘러내린 피가 오백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붉은 흔적이 남아 반전의 효행이 말없이 후세에 귀감이 되도록 전해 주고 있다 한다. 이 바위를 이곳 주민들은 피발린 바위베루바위또는 마슬암이라고 한다.
반전의 수난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노부를 안전지대에 겨우 모셔 놓았다고 생각한 반전은 틈이 나는 대로 부근의 골짜기를 뒤져서 약초를 캐어 아버지에게 달여들이기도 하고, 근처의 나무 열매를 따서 식량으로 삼으며, 그 즙을 짜서 아버지에게 드리기도 하는 극진한 효성을 보였는데, 어느 날 움막 근처에서 약초를 찾고 있는데, 아버지가 있는 움막 쪽에서 소란스런 사람들 음성 소리가 들려서 황급히 달려와 보니 왜구들이 아버지를 잡아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당황한 반전은 왜구들에게 달려가서 제발 병든 아버지를 살려 달라고 애원했으나 왜구들은 콧방귀만 뀔 뿐 반전의 애원을 들어 주지 않았다. 순간 반전은 급할 때 쓰기 위하여 숨겨 두었던 은덩이를 가지고 와서 왜구의 대장에게 사정을 하니 왜구들도 반전의 지극한 효성에 감복하여 그들 부자를 그냥 돌려보냈다 한다.
왜구들이 물러간 뒤 반전은 안전하게 노부를 뫼시고 집으로 돌아 왔으며, 나라에서는 반전의 효성을 가상히 여겨 그에게 효자정문을 내렸다.
지금 마리면 장풍 숲 앞에서 모동으로 가는 길과 장기리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도로 앞에 보면 도로 확장 공사로 구멍만 남아 있는 곳에 바위 하나가 있었는데 이 바위를 ‘반전암’이라 했고, 그 바위에는 효자반전구거동문이라는 여덟 글자가 새겨져 있어서 반전의 효성을 후세에까지 기리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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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리 동
마을 유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