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둥(제석제)
  음력2월 초하루에는 아무리 살림이 어려워도 제석제를 지내는데 흔히 “바아람”이라고도 한다.  정월그믐날 밤에 집안을 정결하게 해놓고 2월 초하루날 새벽 일찍이 물동이에 물을 가득히 떠다놓고 떡시루와 함께 제상에 제물을 차려 소지를 올리면서 동서남북으로 절을 하며 영둥할매에게 소원성취를 빈다.  이때 제주는 남자가 아닌 주부가 된다.
  영둥할매는 풍신으로 2월 초하루날 아침에 하늘에서 내려왔다가 19일날 올라가기 때문에 초하루날 새벽부터 정성을 드린다.  할매가 내려올때 딸을 데리고 오는데 9일날 먼저 올라가고 14일께 할매가 한번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서 19일날 마지막으로 올라 간다고 한다.  이 무렵 바람이 불면 “바람영둥”이라 하고 비가 오면 “비영둥”이 내렸다고들 한다.

2. 머슴날
  2월 초하루 날을 머슴날이라고 하는데, 추수가 끝나고 나서 머슴들은 나무하기, 가마니짜기 등의 일과 같은 것으로 겨울을 보내다가 이달부터 농사가 시작되는 시가가 되므로 주인들은 머슴들을 위하여 음식을 푸짐히 장만하고 하루를 즐겁게 놀게해 준다.
  보통 한 마을에서 여러 집들이 합하여 음식을 장만하고 마을의 머슴들을 놀게하여 주는데 농악을 울리고 갖가지 묘기를 부리기도 한다.  병신춤을 추는가 하면 가면을 쓰고 춤을 추기도 하고, 동물의 탈을 쓰고 재주를 부리기도 했다.
  또한 이날은 새로 맞아들인 머슴을 동네 사람들에게 인사시키는 날이기도 한데, 일년 농사가 끝나면 주인과 머슴사이에 품삯을 계산하고 나면, 재계약을 하여 머슴이 다시 있는 경우도 있지만 계약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주인에게 옮겨 가기도 했다.
  그래서 주인들은 새로 맞아들인 머슴들을 위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한턱 푸짐히 내고 자기 머슴과 사이좋게 지낼 것을 당부한다.  머슴놀이를 하는 중 머슴들의 힘내기 자랑도 하는데 큰 돌을 들어서 일정한 지점까지 옮겨 놓는 시합으로 때로는 돌을 들어 옮겨놓는 것을 보아 새경을 결정짓기도 했다.
  성인이 안된 머슴은 이날을 택하여 동료 머슴들에게 한턱을 내고 성인 대우를 받게 되는데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한턱내지 않으면 성인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세벌 논매기가 끝나거나 백중날에도 머슴들을 위한 머슴날이 있었다.  그러니 2월 초하루 머슴날이 가장 크게 성행했다.

3. 무방위 순날
  음력2월9일은 방위를 가릴 것 없는 날이다.  모든 잡신이 침노하지 아니하는 날이므로 어려운 일들을 마음놓고 할 수 있는 날이다.  특히 이날에 심은 나무는 탈 없이 잘 살고 잘 자라므로 식목도 하고 꺽고지도 한다.

4. 경칩일
  경칩은 우수와 춘분의 중간에 있는데, 이날이 되면 겨우 내 얼어붙었던 얼음이 풀리고 날씨가 포근해진다고 한다.  그러므로 동면하던 곤충들이 땅속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경칩날 개구리 알을 먹으면 허한 몸을 보한다 하여 논물이 고인데를 찾아다니며 개구리 알을 건져 먹는다.
  아낙네들은 이날 이른 새벽 마을의 공동 우물에 남보다 먼저 가서 물을 길어오는데, 용은 맑은 물이 가득 고인 곳에 알을 낳는다하여, 이날 아침 제일 처음 우물을 긷는 것을 용알을 떠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물을 떠다가 깨끗한 그릇에 담아 장독이나 부엌위에 놓는데 이것이 정화수이다.  제일 처음 물을 길어간 사람은 우물에 짚을 넣어두고 가는데 이것은 이미 용알을 떠갔다는 표시다.  그러므로 늦게 물을 길러 나온 사람은 다른 우물로 용알을 뜨러 가야 한다.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하여 새 흙을 파다가 집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는다.  이날은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마시면 위장병에 좋다하여 많이 마시는데, 월성계곡이나 용추사 계곡은 이날이 되면 고로쇠 물을 받으러 가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고 한다.  특히 아녀자들이 집단적으로 또는 가족들끼리 고로쇠나무가 있는 곳에 와서 밤새워 물을 받아 마시고 여분을 가져가기도 했는데, 이날은 여인들의 외출이 허용되는 날이기에 해방감을 맛보기 위하여 여인들이 용추․월성계곡을 찾았다고 한다.  곡우물보다 경칩물이 효과가 더 있다하여 경칩에 나오는 고로쇠 물을 많이 찾았다 한다.